1. 전시 소개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오는 6월 13일부터 7월 20일까지 38일간 이승오 초대展 「종이 단면으로 디지털 시대를 그리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승오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구작부터 신작까지 1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는 대형전시이다.

이승오는 종이의 단면을 이용한 독특한 회화작업을 통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방식을 통해 종이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특별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즉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폐책이나 색도화지 등을 수집하여 자르고 붙이고 반복적으로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쓸모 없이 폐기된 책이나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어 작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의 작업이 독특한 이유는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종이를 바라볼 때 평평한 면을 바라보게 된다. 이에 반하여 작가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았던 측면, 즉 종이의 평평한 면이 아닌 단면에 주목하였다. 이것은 평소 종이의 실용성을 완전히 배제한 시각으로, 그는 이 수직적 깊이 별로 나타나는 면에서 새로운 조형언어로서의 가능성을 찾아내었다.

그의 작업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오래된 잡지, 교과서, 색 도화지 등을 수집하여 분류한 후 본드성분의 액체에 책이나 종이들을 담근다. 다음에는 본드성분이 배인 종이들을 건조하게 되는데, 상당시간 건조하게 되면 책이나 종이들은 본래의 기능은 사라지고 단지 조형적인 매재(媒材)로서의 의미로 변화된다. 이 같은 사전작업을 거친 후에 많은 책이나 종이들은 단단히 고체화되어 이를 잘라 화면에 붙여 나가면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작가는 종이의 단면들을 얇게 썰어서 쌓아 올리기도 하고, 겹겹이 말아서 표현하기도 하는데, 마치 캔버스 위의 다양한 붓 터치와 같은 역할을 하며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종이의 결과 결 사이에서 배어 나오는 다양한 색들은 유화와 아크릴 같은 물성의 느낌을 주며, 일정한 크기와 두께로 이어지는 종이 결은 독특한 마티에르를 만들어낸다. 또한 종이단면을 거칠게 또는 정교하게 절단함으로써 화면에 리드미컬한 변화를 주고 있는데 종이 자체가 가지는 질감과 양감, 그리고 리드미컬한 변화들이 더해져 화면에 생명력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고흐, 샤갈, 리히텐슈타인, 워홀 등 거장들의 이미지를 패러디 한 작품과 포스터 작품들을 선보인다.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이미지들이지만 원작을 단순히 재현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방식으로 환원시켜내고자 하였다. 명화와 포스터라는 고정된 틀의 이미지는 종이를 재료로 한 다양한 표현으로 시각적 변화와 재미를 줌으로써 이승오만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된다.

현대사회는 인터넷, 스마트 폰 등 첨단미디어의 현란한 차용과 매개가 일상화 되어지는 디지털시대이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시간과 공간에 의존하여 엄청난 노동력과 장인정신이 깃든 작업을 통해 자칫 잊기 쉬운 ‘예술적 손 맛’을 구현해내고 있는 이승오의 작업은 생명력 넘치는 미술로서 우리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 할 것이다.

2. 작가소개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학과와 동 대학원 서양화학과 졸업한 이승오는 1997년 책과 종이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줄곧 종이를 매재(媒材)로 한 독특한 회화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과 SAC 젊은 작가로 선정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1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다양한 전시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